“도자기 피부 2년 뒤면…” 유전자 검사로 처방까지 해준다

(조선비즈_뉴욕=오은희 특파원)  입력 2019.06.03 03:06
개개인의 개성과 니즈(needs)가 중요해진 시대가 되면서 미국에선 ‘맞춤형(customization)’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키는 뉴욕 맨해튼에 고객이 신발 끈, 밑창 재질, 디자인을 정해 ‘나만의 운동화’를 제작할 수 있는 매장을 열어 호응을 얻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쉑쉑 버거’라 불리는 쉐이크 쉑(Shake Shack) 버거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고객이 소스, 감자튀김 위에 얹힐 치즈 분량, 곁들일 밀크셰이크 등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미국에선 유전자를 검사한 후에 고객 개개인에게 가장 알맞은 건강관리, 식단 등을 조언해주고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유전자 맞춤 서비스까지 유행을 타고 있다.

◇1분만 투자하면 맞춤 체중 감량법까지 알려줘

2006년 앤 워치츠키가 ‘생명공학계의 구글’을 꿈꾸며 창업한 ’23앤드미(23 and Me)’를 시작으로 지난 10여년 사이 실리콘밸리에선 유전자 검사 업체가 줄줄이 탄생했다. 처음엔 혈통, 혈연관계 등을 알려주는 데 그쳤지만, 이젠 유전자 검사를 기반으로 식단, 건강법 등 다양한 맞춤형 제품까지 추천·판매하고 있다.

기자는 79.99달러(약 9만5000원)에 판매하는 누트리 시스템의 ‘DNA 보디 블루프린트’라는 제품 구매를 시험해 봤다. 유전자 맞춤 체중 감량 방법을 알려준다는 제품이다.

검사 과정은 간단했다.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니 면봉, 지퍼백 등이 딸린 유전자 검사 키트가 집으로 배송됐다. 설명서에 따라 면봉으로 입안을 약 1분간 문지른 후 플라스틱 병 안에 담고 지퍼백으로 밀봉한 다음, 수신자 부담 우표가 붙어 있는 배송된 상자 안에 넣어서 그대로 우편함에 투여하면 끝이다. 검사 결과는 약 열흘 뒤에 리포트 형식으로 배달될 예정이다.

누트리 시스템에 따르면, 결과 리포트에는 내 몸이 특정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단백질 흡수에 문제점이 없는지, 탄수화물을 현재 수준으로 섭취해도 감량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 체질인지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또 음식을 먹었을 때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인지, 당분에 과도하게 탐닉하는 경향이 있는지, 카페인에 대한 민감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영해서 내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가장 살이 빠지기 쉬운 식단을 짜 준다. 운동 역시 유산소와 근육 단련 훈련 중 어느 부분을 더 강화하는 것이 쉽게 살을 뺄 수 있는지를 고려해 적절한 감량 프로그램을 안내한다고 한다.

유전자 테스트로 감량 플랜을 받아 본 미첼(35)은 뉴욕포스트에 “그동안 고기를 끊어 보기도 하고, 바나나나 파인애플 등 당분이 많은 과일은 안 먹어 보기도 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에 나타난 가이드라인을 따라 한 뒤 10파운드(약 4.5㎏) 감량에 성공했다”며 “그저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정확하게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에 근거해 지침을 내려 주니까 훨씬 명확하고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유전자 맞춤 서비스 시장

마켓워치는 향후 5년간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상품의 글로벌 연평균 매출이 16.4%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TC 유전자 검사는 병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 검사 업체에 검사를 맡기는 방식이다. 현재 9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시장 규모도 2024년엔 19억9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유전자 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자 맞춤형 제품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화장품·제약 등 여러 분야에서 유전자 검사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홈 DNA 스킨케어’는 우편으로 유전자 검사 키트를 보내 고객의 DNA 샘플을 채취한 뒤 7가지 분야를 집중 검사한다. 노화와 주름을 유발하는 자외선에 어느 정도 저항력을 갖고 있는지,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콜라겐 수준이 어떤지, 피부색을 결정하는 색소 유전자는 어떤지 등이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DNA 감정 센터’의 코니 홀퀴스트 CEO는 화장품 전문지 ‘글로벌 코스메틱 인더스트리’에 “만약 검사 결과 유전적으로 고객의 피부 탄력성이 떨어질 경우, 피부 재생에 도움이 되는 ‘베타 글루칸’과 비타민E가 들어간 제품을 처방해 피부 처짐을 방지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제약 시장도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제품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분야다. ‘마이 DNA’는 고객의 신체가 매일 얼마나 많은 비타민B6, 비타민B12, 비타민C와 철분 등을 필요로 하는지 검사해 그 결과에 가장 적합한 비타민과 식생활을 추천해 준다.

작년 글로벌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 컴퍼니’가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꼽았던 ‘헬릭스(Helix)’는 유전자에 기반한 식생활과 수면 패턴을 분석해 고객에게 적절한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용은 DNA가 수면의 양과 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카페인에 얼마나 민감한지, 고객의 유전자가 어떤 음식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지 등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최근엔 냄새, 미각과 관련된 유전자 10개를 집중 검사해 개개인의 감식력에 가장 알맞은 와인을 소개해 주는 ‘비노메(Vinome)’ 같은 기업도 탄생했다. 예컨대 고객이 화끈거리는 느낌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소화할 수 있다면, 도수가 높으면서 강한 맛이 나는 와인을 추천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유전자 기반 제품에 대한 우려도 있다. 버지니아 헨리코 카운티의 ‘파트너MD’의 의료 담당자 짐 멈퍼는 ABC방송에서 “고객이 직접 하는 유전자 검사의 오류가 4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었다”며 자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맹신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경제 잡지 포브스도 “유전자 관련 기업이 많아져 유전자 검사 비용이 낮아지고, 고객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의약품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유전자 정보 유출 등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 수년째 DTC 서비스가 체질량 지수, 중성지방 농도 등 12개 분야로만 한정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DTC 인증 시범 사업을 통해 대상 서비스 분야를 57개까지 늘려 준다는 계획이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큰 질병 분야 서비스는 아예 진출이 원천 봉쇄돼 있다.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

병원이 아닌 유전자 검사 업체가 소비자의 유전자 검사 요청을 받아 검사를 수행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미국에선 DTC 유전자 검사 후 검사 업체가 맞춤형 건강관리나 식생활 개선 등을 조언해주는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원문: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3/20190603000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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