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 느끼는 가상공간으로 출퇴근
9년간 연간 100억씩 투자…글로벌프런티어 본격화
신약 등 9개 프로젝트 추진
◆ 성과 내는 정부 원천기술사업 (下) ◆
직장인 박 모씨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하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돼 있다. 영상회의에서 한 단계 진보한 `인체감응 실감교류 확장공간` 기술 덕분이다. 이 기술은 원격지의 사용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느끼며 실시간 교류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한다. 가상공간이지만 청각, 촉감, 후각 등을 공유할 수 있어 사무실에 출근한 느낌으로 일할 수 있다. 아이가 아프면 의사에게 원격진료도 받을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공상과학(SF) 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10~20년 뒤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장기간 투자로 큰 성과를 얻었던 `21세기 프런티어 사업`의 후속으로 이 같은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포함된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에 착수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9년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술개발에 매년 100억원의 연구비와 수백 명의 연구원을 투입해 원천기술을 상용화와 연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가상현실 공간을 개발하는 `실감교류 인체감응 솔루션 연구단`의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박사)은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실감 미디어 관련 시장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프런티어사업단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질병 치료 연구에도 과감하게 도전한다. `의약바이오 컨버전스 연구단`은 앞으로 10년 동안 20여 개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나선다. 특히 지난 50년간 기초연구는 튼실하게 이뤄졌지만 아직 정복하지 못한 암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 연구단을 이끄는 김성훈 서울대 약대 교수는 “모든 질병 치료에 필요한 신약 후보물질 개발은 산업계가 나서서 하기 어렵다”며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다양한 전문가와 제약회사가 함께 모여 기술개발에서 끝나지 않고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연구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21세기 프런티어사업단 가운데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은 2004년부터 4년간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신약개발 회사인 카이노스메드에 정액기술료 95억원과 매출액의 10% 내외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했다.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바이오기술을 신약개발에만 활용하는 연구에서 벗어나 바이오 화학제품 등 산업적으로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선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이끄는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설계 및 합성 연구단`은 고부가가치 의약ㆍ화학소재 개발을 통해 5조원의 기술가치를 창조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10~20년 후의 국가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자 글로벌 신약, 가상현실, 미래 청정에너지, 하이브리드 신소재 등 9개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21세기 프런티어 사업이 직접경제효과 34조원, 생산유발효과 9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도 창조경제 실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MK뉴스
기사입력 2013.09.04 17: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