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8-10-31 13:13)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1월 수상자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대사제어연구센터 김명희 책임연구원을 선정했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하여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으로, 시상식은 12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김명희 책임연구원이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의 감염 인지 및 면역조절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여 독감, 메르스, 에볼라 등의 광범위한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공로가 높이 평가되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인간을 포함한 고등생물은 세포 안에 단백질 합성에 필수적인 20종의 효소를 갖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가운데 9종의 효소는 세포질 내에서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multi-tRNA synthetase complex)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30여 년간 세계적으로 진행된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정 효소들이 거대한 복합체를 형성하는 비밀은 풀리지 않았다.
김명희 책임연구원은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가 효소의 기능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긴급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감시 및 면역조절 시스템을 담당하며 세포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결과 인체 내 모든 세포에서 항시 대기 상태로 존재하는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는 독감 같은 RNA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이를 즉각 인지하고 구성 효소인 EPRS* 단백질을 복합체로부터 방출시킨다. 이로서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MAVS 단백질을 보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RNA 바이러스 : 유전 정보가 리보핵산(RNA)으로 이뤄진 바이러스
* EPRS : 단백질 합성에 필수적인 효소 중 하나로 세포 내에서 효소복합체의 구성원으로 존재
* MAVS 단백질 : 인체가 RNA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활성화되면서 항바이러스 면역 신호물질을 세포 밖으로 분비해 인체의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역할
또한, 김명희 책임연구원은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 기능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RNA 바이러스 증식을 현격히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펩타이드 소재를 발굴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대응해 수시로 개선돼야 하는 기존 백신 및 치료제와 달리 인체 본연의 면역방어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신개념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명희 책임연구원은 “현대 의학의 발전에도 감염은 여전히 전 세계적인 주요 사망 원인이기에 체계적인 인체 면역 시스템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연구를 시작으로 향후 다른 구성 요소들의 기능들도 밝혀져 하루빨리 인체 친화적인 감염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8년 11월 수상자(김명희 박사) 주요 연구성과 설명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의 항감염 면역조절 기능 규명>
ㅇ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MSC)의 항바이러스 면역 조절 기능. 바이러스 감염을 인지한 MSC는 구성 단백질인 EPRS를 방출시켜 MAVS 분해 기능이 있는 PCBP2 단백질과 결합한다. 이를 통해 MAVS 단백질을 보호하고 MAVS가 매개하는 항바이러스 면역 신호 전달 활성화를 유도하여 항바이러스 싸이토카인 분비를 촉진시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ㅇ EPRS 단백질 유래 항 RNA 바이러스 치료 펩타이드. EPRS와 PCBP2 간의 핵심 결합부위를 분석해 (A) 항바이러스 싸이토카인 분비를 촉진하는 펩타이드(Epep과 sEpep)를 확보하였다. (B) RNA 바이러스 감염 세포(C)와 마우스(D)에 펩타이드 투여 시 바이러스 증식이 현격하게 억제됨을 확인하였다.
’18년 11월 수상자(김명희 책임연구원) 인터뷰
의학과 위생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현대인은 흑사병, 홍역 등 많은 감염병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높은 치사율로 전국을 긴장시켰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비롯해 겨울철 불청객 인플루엔자 등 RNA를 유전체로 삼는 바이러스 질환의 위험은 여전하다. 이들 바이러스 감염은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인체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면역체계의 비밀을 찾아 나섰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기작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김명희 책임연구원은 RNA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인체 내 핵심 단백질 성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주목받고 있다. 모든 세포 내에 존재하는 효소복합체가 효소로서의 기능 외에도 감염 시 세포항상성을 위한 면역조절시스템으로 기능을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히며 면역과 감염 분야 연구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앞으로 메르스, 에볼라 등 항바이러스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감염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원천 지식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명희 책임연구원은 “감염된 미생물이 어떤 방식으로 병원성을 발휘하는지, 또 인체는 어떻게 이를 방어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힐 때마다 많은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특히 바이오 분야 연구는 많은 시간 투자와 집중이 필요한 만큼 과정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책임연구원의 연구 이야기를 소개한다.
o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저보다 훌륭한 연구자들이 많아 수상은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수상자 선정 연락을 받고 항상 곁에서 도움을 주시고 힘이 되어 주신 선배, 동료 과학자들, 그리고 연구실 멤버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그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연구에 정진할 수 있는 큰 활력소가 될 것 같습니다.
o 박사님께서는 병원성 미생물과 인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여 인체의 감염과 면역의 비밀을 풀어 오셨습니다. 인체의 방어시스템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인류가 감염으로 멸망한다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이야기가 단순히 상상 속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를 포함한 병원성 미생물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고도화된 방법으로 감염병을 일으킵니다. 대학원 시절 미생물을 이용한 산업용 효소를 중심으로 연구하면서도 병원성 미생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포스닥 기간에는 미국에서 인체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했고, 이러한 연구 배경 덕에 귀국 후에는 병원성 미생물과 인체 간의 상호작용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감염된 미생물이 어떤 방식으로 병원성을 발휘하는지 또한 인체는 어떻게 이를 방어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힐 때마다 많은 보람과 희열을 느낍니다. 이러한 결과들이 언젠가는 부작용 없는 감염병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필요한 기초 원천 지식으로 활용될 수 있으니까요.
o 최근에는 인체 모든 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의 감염 감시 시스템 및 면역 조절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규명하며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셨습니다. 관련 연구성과도 소개해주세요.
이번 연구는 재미있게도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의 근원적인 세포 기능을 밝히기 위해 효소복합체 구조 규명을 목표로 오랜 기간 다양한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감염 환경에서 효소복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통해 이룬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발표한 결과를 고려할 때 효소복합체는 세포항상성 조절 허브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 중에서 본 연구 성과는 감염에 대응한 즉각적 면역 조절시스템으로서의 기능을 구성 단백질인 EPRS 분석을 통해 최초로 제시한 것입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감염 후 발생하는 면역 조절 시스템과는 다른 역할을 하고, 효소복합체 구성 단백질마다 다르게 기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체계적으로 밝혀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o 이 밖에도 여름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비브리오패혈증의 활성화 기작을 비롯해 AIDS 환자에게 나타나는 반점의 원인 물질에 대한 방어기작도 규명하셨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앞으로 국민, 나아가 인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시나요?
이러한 연구는 병원성 미생물의 입장에서 어떻게 인체 내에서 생존하고 질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새로운 기전을 규명한 것으로, 감염병을 이해하는데 기여를 했습니다. 또 이러한 기초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치료제 개발을 위한 타깃 및 소재도 발굴했고요. 특히 비브리오 패혈증은 해수에 주로 서식하는 비브리오가 매개하는 급성 감염병인데, 생선 회 등 생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해수 온도가 상승해 균의 증식 속도가 빨라져 심각성이 큽니다. 연구 결과가 관련 연구 분야와 산업계에 활용되어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o 평소 자신의 전문분야만을 고집하기보다 융합적 관점에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박사님의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융합연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생명 현상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일한 학문이나 기술로 이해하고 결론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 수준에서의 연구 결과가 세포 수준에서는 재현성이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융합적으로 디자인한 연구 결과를 요구하는 저널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우리 연구실에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습니다. 연구실 초기에는 구조생물학과 생화학 기반으로 운영했는데 지금은 미생물학과 세포생물학, 면역학적 기능 연구도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한 전문 영역, 예를 들어 단백체 분석이나 유전체 분석, 동물 모델 분석 등은 협력 연구를 진행합니다. 연구 결과가 감염 및 면역 연구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은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기에 신뢰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o 연구뿐 아니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신데요.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평소 연구실을 운영하는 기본방침이나 철학이 궁금합니다. 또 학생들이나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내용도 소개해주세요.
저는 항상 연구실 학생과 연구원들에게 사이언스(Science)가 재미있지 않은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면 건강을 해치는 일이니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선배 과학자로서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인내해야 하는 길인지 아니까요. 연구는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결과는 항상 예상과 다르게 나오고 따라서 실망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또한 많이 생각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은 만큼 즐기면서 하지 않는 한 행복할 수 없습니다. 또 그런 상황에서는 사이언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도 기대하기 어려우니까요.
o 연구자로서 귀감으로 삼으시는 인물이나 스승이 계신가요?
운 좋게도 주변에 훌륭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가진 것보다는 주변에 과학적이든 인간적이든 존경하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 있어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일일이 이름을 나열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연구를 디자인하고 진행하는지, 어떻게 후배들을 성장할 수 있게 하는지 몸소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신 존경하는 선배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제가 하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국내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연구자들도 많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o 앞으로 박사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 이루고 싶은 연구성과는 무엇인가요?
우리 연구실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연구 목표는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의 구조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약 30년간 세계의 연구자들이 노력했으나 매우 도전적인 연구 특성상 아직 구조 규명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홉 가지의 단백질 합성 효소와 세 가지의 단백질로 이루어진 거대복합체로 존재하면서 어떻게 단백질 합성과 세포 항상성 조절을 위한 허브로 기능을 하는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아마도 구조가 밝혀지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 분야는 그 자체가 ‘단백질 합성 효소복합체 생물학(Multi-tRNA synthease complex biology)’이라는 하나의 연구 분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o 박사님께서는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꾸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더불어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과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했지만, 사실 건축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청소년기까지는 장르를 자주 변경하면서 과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음악, 미술 등 예체능 방면으로 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공으로 살릴 만큼 뛰어나게 잘하는 장르는 없었지만요. 그런데 이러한 경험이 저도 모르게 세심한 사고력과 관찰력을 내재시켜 주었는지 과학자로 연구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가 되는 것보다 어떤 과학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이 창의성과 융합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원문: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299095&Page=&Board=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