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정의길 선임기자) 등록 :2020-05-12 16:21수정 :2020-05-12 20:46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을 직접 인체에 시험
‘4개월 안에 인체유발시험 착수 가능’
100여개국 1만5천여명 이미 시험 참가 의사
‘4개월 안에 인체유발시험 착수 가능’
100여개국 1만5천여명 이미 시험 참가 의사
코로나19 위기 해결의 결정적 관건인 백신 개발을 위해 인체를 직접 시험 대상으로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군의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종을 의도적으로 인체에 감염시키는 ‘인체유발시험’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1일 보도했다. 이런 제안을 담은 연구보고서가 최근 3차례나 출간됐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주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의 윤리적 수용성에 대한 기준을 개괄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백신은 통상적으로는 시험용 백신과 위약을 주입한 수천명의 시험 대상을 추적해 그 경과를 살핀 뒤 개발되며, 10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인체유발시험은 바이러스 변종을 만든 뒤 직접 인체에 감염시켜 경과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제안자들은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을 통해 백신 개발 과정을 12~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인체유발시험은 시험 자체에 2달, 그리고 인체에 감염시킬 바이러스 변종을 개발하는데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상황에서는 이 시험이 야기할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제안자들의 설명이다. 저널 <백신>에 이 시험을 제안한 스탠리 플로트킨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인체유발이 큰 기여를 할 것이고, 우리가 현재 이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필요로 할 때 백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트킨 박사는 인체유발시험을 4개월 안에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 시험의 즉각적인 목적은 범용 백신이 아니라 일단 고위험군에 비상시 사용되는 백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릴랜드 의대의 캐슬린 뉴질 박사는 “인체유발시험에서 관건은 시험에 사용된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것은 시간이 걸린다”며, 이 시험 자체가 백신개발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자원자들은 이미 조직되고 있다.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 참가 의향을 보이는 ‘하루라도 빨리’ 그룹에는 100여개국 1만5천여명이 등록했다. 인체유발시험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인 런던 소재 ‘에이치비보’는 10개의 제약회사와 함께 인체유발시험에 나섰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들이 고가여서 백신 개발의 시급성이 더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른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코로나19에 효능을 보이는 치료제로 부상한 약품들이 비싼 약값 탓에 다수 환자가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바이러스 퇴치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코로나19 치료 임상실험 중인 C형간염 치료제 소포스부비르는 한 알에 미국 기준 약값으로 42만원이고 한국 건강보험을 적용해도 13만원이다. 코로나19의 폐 손상을 억제해 줄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폐섬유증 치료제 피르페니돈도 1주기(4주) 치료에 드는 약값이 미국 기준약가로 9606달러(약 1200만원)나 된다. 제약사들은 “신약 가격은 실패한 프로젝트 등 막대한 개발비용 때문에 폭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발비용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즉 납세자가 부담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원문: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44640.html#csidx0fd47b5071a46dda33c8278848a58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