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한경우기자) 입력 : 2019.05.28 16:41:13
`품목허가 취소`라는 결과가 나온 `인보사 사태`로 국산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제약·바이오업계와 바이오·헬스 분야를 신성장산업으로 삼은 정부는 `신뢰 회복`이라는 새로운 짐을 지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게 뒤늦게 드러난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보사의 허가 취소와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검찰 고발의 이유로 식약처는 ▲허가를 받기 위한 심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한 점 ▲허가 전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은폐한 점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과학적 근거를 내놓지 못한 점 등을 제시했다.
인보사는 2개의 액제로 구성됐다.
이 약의 2액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된 자료에 기재된 인간연골세포가 아니라 태아신장세포(293세포)라는 점이 뒤늦게 밝혀져 지난 3월 말 제품 출하가 중단됐다. 이후 식약처는 2달여에 걸쳐 자체 시험 검사,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현장 조사, 미국에 있는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실사 등을 진행하고 이번 처분을 결정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라고 강조해왔다. 개발 단계에서는 `연골재생` 효능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지는 못했다. 새로운 개념의 약물이었던 만큼 세계 시장에서까지 성공적으로 상업화되면 `최초의 국산 혁신신약`이라는 칭호를 얻을 가능성이 있었다.
혁신신약이란 이전에 없던 메커니즘으로 질환을 치료하는 첫 번째 약을 말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허가받은 적이 있는 신약은 모두 30개다. 이중 한미약품의 올무티닙(27호)과 인보사(29호)를 제외하면 모두 먼저 개발된 약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갖는, 엄밀히 따지면 `개량신약`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혁신신약이 될 만했던 올무티닙과 인보사가 모두 몰락했다. 최초의 국산 혁신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한미약품의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은 신약 개발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올무티닙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쟁하던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밀린 탓에 한국에서는 먼저 출시되고도 개발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번 인보사 사태를 설명하면서 식약처는 `허위 자료를 제출` `추가로 확인된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다`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속았다는 것이다.
실제 유전자 관련 사업을 하는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모르는 사이에 2액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해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293세포가 위험하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이를 우수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인증의 기본 절차에 따라 관리했다면 성분이 바뀌었다는 걸 모르고 넘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뒤늦게 이를 밝혀낸 식약처 역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스스로 허위였다고 결론지은 자료를 미리 걸러내지 못하고 품목허가까지 내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의 유착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처음 개발되는 약물이었기에 자료를 검증하기 위한 경험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향후 의약품의 R&D 단계부터 허가, 생산,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한편 인보사 사건과 제약·바이오산업을 연결시키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식적으로 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회사에서는 의약품의 성분이 바뀐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경우에서라도 의약품 사용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기초하는 만큼 윤리와 과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임했어야 하나 (인보사의 경우)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통렬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며 연구개발과 인허가 과정은 보다 윤리적이고 과학적이며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의약품 임상시험관리기준(GCP)와 GMP에 기반해 의약품 개발과 생신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이번 사안이 산업계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