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年 84만명분 제조… 바이오의약품 생산 ‘세계 최대’

(인천_문화일보=최관범기자)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26일(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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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에서
직원이 대형 바이오리액터(배양기)에 투입하는 각종 부자재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초 세계 최대 규모(18만ℓ)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인 3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격전지에서 제약 바이오 강국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국내는 물론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견인차이자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바이오는 주력 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속에서 수출 전선을 책임져야 하는 대표적인 차세대 주자다. 문화일보는 ‘수출 미래! K-바이오’ 시리즈를 통해 수출 한국호의 미래를 짊어지고 세계적인 입지를 다져 가는 국내 기업들의 도전을 심층 분석한다.

이달 초 가동에 들어간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이곳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에 들어서자, 서울월드컵경기장 5개를 모아 놓은 약 30만㎡ 부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1공장’ 건너편에는 3공장과 같은 규모로 지을 수 있는 ‘4공장’을 위한 유휴 부지가 빈터로 남아 있다.

생명체(세포)를 길러 항체를 뽑아내는 이곳은 마치 반도체 공장처럼 조용한 첨단 연구소라는 이름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릴 법했다. 단단한 유리벽으로 에워싸고 있는 3공장 생산라인은 1만5000ℓ 규모의 대형 은색 바이오리액터(배양기) 12개가 두 줄로 도열해 있었다. 마치 석유화학 단지를 실내에 압축해 놓은 형상이다. 3공장에 있는 12개 바이오리액터를 합치면 모두 18만ℓ 규모다.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배양기는 특정 항체를 만들도록 유전 조작이 된 세포를 배양하는 탱크다. 처음부터 대형 탱크에 세포를 몰아넣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사멸해 버린다. 그 때문에 복잡한 파이프로 연결된 24ℓ, 120ℓ, 600ℓ, 3000ℓ 탱크 등으로 단계별로 옮겨주면서 사회성을 키워줘야 마지막 1만5000ℓ 탱크에 이주해서도 원하는 수준의 세포로 자라준다. 약 45일의 여정이 끝나면 세포는 항체만 남기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여기에서 연간 생산되는 바이오의약품 규모는 앞으로 엄청난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박세강 삼성바이오로직스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매니지먼트(EPM) 팀장은 “3공장(총 배양 시설 18만ℓ)을 풀 가동해 항암제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항암제를 총 84만 명의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양”이라고 소개했다.

1∼3공장을 다 합하면 충북 도민 전체가 투여받을 수 있는 항암제 160만 명분이 연간 생산된다.

금보다 더 비싸다는 바이오의약품 1g의 가격은 보통 1만∼2만 달러(약 1139만∼2278만 원)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먼저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에 뛰어든 세계적인 바이오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가장 마진을 많이 남기는 회사 중 하나인 미국 애플(20%대)을 넘어서는 30% 수준에 달한다. 비록 위탁 생산을 하지만 바이오 의약품 CMO 사업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3공장은 새로운 항체 생산 실험의 세계 전진 기지로 우뚝 서고 있다.

박 팀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기술을 모두 집약한 데다,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대량 생산화를 할 수 있는 개념으로 구현돼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새로운 (공정의) 항체 생산을 의뢰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례가 없는 속도로 단기간에 1∼3공장을 가동한 덕분에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동원되는 각종 프로세서를 모두 경험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기술을 축적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면서 “선발 업체들은 새로운 공정 적용이 힘들어 앞으로도 새로운 항체 의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3공장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달로 세계 최대 회사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2·3공장을 합쳐 총 36만2000ℓ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됐다. 2011년 설립된 지 7년 만에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CMO 기업 스위스 론자를 전체 생산 규모 면에서 제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까지 무려 25개 제약사와 총 36종의 제품에 대한 CDMO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CDMO는 제약사가 유전 물질 수준의 후보 물질 상태로만 넘겨 주면 자체적으로 세포주까지 만들어서 항체를 생산해 주는 것이다. 생산만 맡는 CMO와 달리 개발까지 아우르는 한 차원 더 높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사업 모델이다.

‘품질경쟁력의 척도’인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제조승인 획득 건수만 해도 19건에 이른다.

참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리더십 어워즈’에서 올해로 2년 연속 6개 전 부문 석권 기록을 세웠다. 미국 생명과학 분야 전문지 ‘라이프 사이언스 리더’와 연구기관 ‘인더스트리 스탠더드 리서치’가 세계 CMO 110여 기업을 평가해 수상자를 뽑고 이 과정에 고객사인 의약품 업계 전문가들도 참여해 동종 업계에서는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글로벌 CMO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계획이다.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CMO 비중은 20%에 불과하나 이를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판도를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 개발은 제약사가, 생산은 자사가 책임지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포부가 실현될 날도 멀지 않았다. 제약업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알츠하이머 바이오 신약 개발이 성공하면 시장 판도는 이처럼 빠르게 바뀌어 갈 것이다. 노인성 질환 가운데 뇌질환인 알츠하이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암보다 더 높다. 성공만 하면 해당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3공장과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이 적어도 20개는 더 필요해질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 배지를 단 벤처 기업으로 통한다. 직원 평균 나이는 29세에 불과하다. 이제 막 가동에 들어간 3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80% 이상은 신입사원이다. 이곳을 방문한 해외 바이어들이 밝은 표정의 청년이 가득한 공장 안을 둘러 보면서 강렬한 첫인상을 받게 된다고 꼽는 이유다.

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026010319030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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