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도입 제약사 vs 시민단체 충돌

(매일경제=김혜순기자)  입력 : 2018.10.21 18:43:32 수정 : 2018.10.21 18:45:28

임상 2상만으로 시판허가
중증질병·희귀질환 환자
혁신신약 신속 투여 가능
신약개발·제약업 경쟁력↑

약사단체 “제약사 수익우선
졸속심사로 안전 무너질 것”
獨 기형아 출산충격 초래한
제2 탈리도마이드사태 경고
무조건 반대에 비판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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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대해 심사·허가 절차 기간을 확 줄여줘 시장에 신속하게 출시될 수 있도록 하는 `신약 허가 패스트트랙(Fast Track)` 도입을 시민단체가 반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약사들은 기존 의료기술로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혁신 신약을 투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약사·시민단체들은 의약품 안전성 등을 이유로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대해 심사·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조건부 허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제약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조건부 허가는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나 현존 의료기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희귀병의 경우, 임상시험 3상 결과를 제출한다는 조건하에 임상시험 2상 결과만으로도 의약품 시판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현재는 제약사들이 시판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시험 1·2·3상을 모두 거친 뒤 약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하지만 패스트트랙 제도가 도입되면 2상만 성공해도 신약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정부는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신약 연구개발에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하는 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하고 이들에 국가연구개발 우대 및 세제 혜택과 연구시설 등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약 심사·허가 절차를 단축해 출시 시점을 앞당겨주는 게 가장 큰 지원이라며 신속한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을 주문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한 품목이 임상시험 단계를 모두 마치고 보건당국 심사와 허가를 거치는 데만 평균 2년이 걸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의약품 시장 특성상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앞지르기는 매우 어려운 만큼 임상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에 상업적 성공이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도입은 임상시험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의약품을 조기 출시해 환자 접근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촉진과 제약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기업 이윤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혁신신약 개발지원법안을 즉각 폐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약사단체는 패스트트랙 도입 등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제2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태`와 같은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탈리도마이드는 1957년 독일 제약사가 개발한 진통제로 1962년 판매가 중지될 때까지 1만2000명의 기형아 출산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당시 임상시험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제약사는 개발 단계에서 실시한 동물 실험을 근거로 부작용이 없고 입덧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고, 이 약은 의사 처방전도 없이 자유롭게 판매됐다. 탈리도마이드 사건 이후 각국 정부는 의약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고 현재 임상시험 체계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강아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부장은 “과거 정부에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준다는 명분하에 중증질환 등에 한해 패스트트랙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안전 우선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폐기됐다”며 “패스트트랙 법안은 환자 치료 목적보다는 제약사 수익을 위해 의약품 허가 절차를 완화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부장은 “제약사가 신약 허가를 위해 거쳐야 할 절차가 줄고, 보건당국 검토 기간이 짧아지면 결국 졸속 심사·허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패스트트랙을 밟은 신약들의 부작용 발현과 시장 퇴출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에도 `획기적 의약품 및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개발촉진법안` 등의 이름으로 의약품 신속 허가와 조건부 허가제 확대가 추진됐지만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패스트트랙 도입에 대한 제약사와 시민·약사단체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각자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 전반의 진단이다. 일단 제약산업 발전과 희귀질환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패스트트랙 도입 필요성은 인정된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신약 졸속심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안전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방안을 요구하는 식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문: http://news.mk.co.kr/newsRead.php?no=656035&year=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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