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최준호 기자) 입력 2018.10.03 18:49 수정 2018.10.03 20:41
올해 노벨 화학상은 박테리아의 진화를 화학적으로 가속하는 연구를 통해 신약과 바이오 연료 등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프란시스 아놀드(62ㆍ여)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와 조지 스미스(79) 미주리대 명예교수, 그레고리 P. 윈터(67)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를 올해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놀드 교수는 효소의 유도 진화(directed evolution of enzymes)를, 스미스 교수와 윈터 박사는 항체와 펩타이드의 파지 전시(phage display of peptides and antibodies)를 연구한 공로로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201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은 인류를 가장 이롭게 하려는 목적으로 진화를 제어(control)하고 활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수상자들은 진화의 힘에서 영감을 받았고 유전적 변화와 선택이라고 하는 동일한 원칙을 인류의 화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단백질을 개발하는 데 활용했다”고 말했다.
조유희 차의과대 교수는“이번 수상자들의 연구는 인간에 없는 항체를 생산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며“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 휴미라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휴미라는 미국 제약사 애브비가 2002년 선보인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휴미라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184억2700만 달러(20조6300억원)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처방약으로 꼽힌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궤양성 대장염, 강직 척추염 등에 효과가 있다.
한편 미국 아놀드 교수는 9년 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됐다. 마리 퀴리(1911년 수상), 아다 요나트(2009년 수상) 등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놀드 교수는 효소를 활용한 바이오 에너지 생성 연구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에너지 회사 제보(gevo)의 공동 창업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1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5일 평화상, 8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올해는 ‘미투’(Me Too) 파문 논란으로 문학상 수상자는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선정하지 않는다.
시상식은 알프레트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ㆍ물리ㆍ화학ㆍ경제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과 증서, 9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1억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900만 크로나 가운데 절반은 아놀드 교수가, 나머지 절반은 스미스 교수와 윈터 박사가 나눠 갖는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은 용액 내 생체분자를 고화질로 영상화할 수 있는 저온전자 현미경 관찰 기술을 개발한 자크 뒤보셰(스위스), 요아힘 프랑크(독일ㆍ미국), 리처드 헨더슨(영국)이 공동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