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김지영기자)
내달 7일 업계 첫 채용박람회
연구개발·임상기획 등 수요 다양
박람회서 2,000명이상 선발 계획
동아쏘시오 등 블라인드제 도입
R&D·영업부문 여성 직원도 늘어
ETC-OTC 차이·리베이트 견해등
면접서 전문성·트렌드 이해 평가
경기 부진으로 기업 채용이 축소되는 가운데 일자리가 늘어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제약 업계다. 제약 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신성장동력이자 부가가치가 큰 업종이다. 경기 침체에도 인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 선택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7일 올해 하반기 2,000명 이상 청년을 채용하는 대규모 제약채용박람회가 처음 열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해 개최하는 박람회에 국내 다수의 제약사가 참여해 회사 홍보에 나선다.
취업 준비생들은 박람회를 통 각 회사 인사 담당자를 만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영업, 개발, 연구, 품질관리 등 지원 분야별 컨설팅도 제공된다. 개인의 역량과 성향, 경험 등을 분석해 취업 전략을 수립하도록 도움을 주는 취업전략 컨설팅,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본인이 가진 재능과 지식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는 면접 이미지 메이킹 등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제약업계 최초로 채용 박람회가 열리는 데는 제약 업계가 매년 4,000명 이상 신규 인력을 고용하는 신성장 분야이기 때문이다. 제네릭(합성의약품의 복제약),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혁신신약 등 약 하나를 개발하기까지 연구 개발부터 임상 기획, 생산 공정 등 다양한 분야 인력이 필요하다. 매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체 제약업계의 종사자 수는 2016년 9만4,929명으로 2011년(7만 4,477명) 대비 27.5% 증가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고용증가율에서 제조업이 1.6%인 반면 의약품제조업은 3.9%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연구·개발(R&D)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인 만큼 석·박사에 대한 일자리 문도 넓다. 의약품 업종의 연구인력으로 채용된 석·박사의 비중은 71.7%로 산업 전체(32.5%)보다 높다.
제약회사의 공채 절차는 다른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서류전형→인적성검사→1차 실무자 면접→2차 임원 면접 순서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불합리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 사진, 학력, 어학 점수, 출신 지역 등을 없애고 이름과 연락처 등만 서류에 기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주로 R&D 분야를 제외한 직군에 적용된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약품, JW중외제약에서는 올해 상반기 채용부터 인공지능(AI) 인적성 검사를 처음 도입해 화제가 됐다. 지원자가 웹 카메라를 이용해 컴퓨터로 인적성 면접을 받는 방식이다.
JW중외제약 측은 “지방에 거주하는 지원자들도 편하게 집에서 인적성 검사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면서 “하반기 정기 공개채용은 물론 수시 채용 등에도 AI 인적성 검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 직군의 상당 부분은 약학, 생명공학, 화학 등 관련 학과의 전공자를 우선한다. 임상 분야의 경우 의학, 간호학, 수의학 등을 전공한 지원자도 가산점을 준다. 회계, 인사, 총무, 법무 등 관리직에서는 상경, 법학과 같은 인문 계열 졸업자도 지원할 수 있다.
면접에서는 업계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질문이 단골로 출제된다. 리베이트(판매장려금)에 대한 일반적 견해,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설명, 의사가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할 경우 대처법 등을 묻는다. 약값 인하 정책에 대한 의견, ETC(전문의약품)와 OTC(일반의약품)의 차이, 업계 트렌드 등을 묻기도 한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의 특성상 그동안 여성 직원의 수는 적은 편이었다. 대체로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보다 2~3배가량 더 많다. 그러나 최근 여성 지원자가 늘면서 R&D 조직을 중심으로 여성 인력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영업 직군에 여성 지원자도 늘면서 지원 이유, 각오 등도 면접 질문으로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 업계가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블라인드채용, AI 인적성검사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회사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채용 규모도 꾸준하게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