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캐스트, 혈액으로 암 진단
10% 비용으로 초기암 발견
이오플로우, 인슐린 패치
펌프 눌러 주입…통증 적어
미래컴퍼니, 국산 수술로봇
국내 병원과 계약 나서
(한국경제=임유기자) 기사입력 2018-08-06 18:11 최종수정 2018-08-07 01:43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6조1978억원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 7.6%를 기록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연평균 성장률(2.2%)보다 3배 이상 높은 성장세다. 하지만 국산 의료기기는 국내 의료기관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국산 기기 사용률은 각각 8.2%, 19.9%에 그쳤다. 성능이 입증된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뛰어난 기술력을 내세워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들의 아성을 넘으려는 국내 중소 의료기기 업체들이 늘고 있다.
◆100배 더 정확한 암진단 기술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진캐스트는 혈액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체외진단 키트 ‘지씨 캔서 키트’를 개발 중이다. 암조직에서 분리돼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극소량의 암 유전자(ctDNA)를 100만 분의 1의 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다. 영상기기로도 발견하기 힘든 1㎤ 크기의 초기 암까지 찾아낸다. 로슈진단보다 1000배, 일루미나보다 100배 더 정확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병철 진캐스트 연구소장은 “자체 개발한 기술로 암 유전자만 증폭해 검출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했다.
지씨 캔서 키트는 이르면 내년 말 출시된다. 혈액 한 방울로 2시간여 만에 진단 결과를 알려준다.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조직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높은 정확도로 모든 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특성에 맞는 항암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성·아이디어로 승부
이오플로우는 패치형 인슐린 펌프 세계 1위 업체인 미국의 인슐렛보다 사용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 ‘이오패치’를 이르면 올해 말 내놓는다. 패치형 인슐린 펌프는 패치를 몸에 붙인 뒤 버튼을 누르면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는 기기다. 인슐린 주사보다 통증도 적고 편리하다.
이오패치는 인슐렛의 ‘옴니패드’보다 작고 가벼우며 다른 회사의 연속 혈당 측정 센서와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적인 당뇨 연구 지원 기관인 미국소아당뇨연구재단이 인공췌장 연구 파트너로 인슐렛 대신 이오플로우를 선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메인텍이 만든 의약물 주입 펌프 ‘애니퓨전’도 세계 시장을 노릴 만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 용량 50mL의 주사기에 약물을 담아 20여 번 주사기를 교체해야 하는 기존 실린지 펌프의 단점을 해결한 제품이다. 실린지 펌프는 주사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약물이 오염될 위험이 높고 번거로운 반면 애니퓨전은 원형 실린더 카트리지 방식으로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했다. 임상시험 때 약물 주입량이 기존 제품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상빈 메인텍 대표는 “미국 호스피라와 백스터, 일본 데루모 등 주입 펌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보다 기술력이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의료기기 국산화 주도
다국적 회사가 주도하는 의료기기 시장의 국산화도 활발하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 독점하고 있는 복강경 수술로봇 시장이 대표적이다. 미래컴퍼니는 지난 3월 최초 국산 수술로봇인 ‘레보아이’를 내놓고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에 도전장을 냈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국내 병원 몇 곳과 공급 계약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마케팅이나 영업 방식을 혁신하고 정부는 공공병원이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국산 의료기기가 국내에서 임상 기록을 쌓으면 해외 진출이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http://news.hankyung.com/health/article?aid=20180806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