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사이언스=송경은기자) 입력 2018-07-23 03:00 수정 2018-07-23 03:00
‘SPATC1L’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도록 만든 생쥐의 정자(오른쪽).
정상 생쥐의 정자(왼쪽)와 달리 머리와 꼬리 부분이 분리돼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정자가 형성될 때 머리와 꼬리 부분을 이어 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남성 불임의 원인을 진단하는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조정희 교수팀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정자 특이 단백질인 ‘SPATC1L’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이 단백질이 머리와 꼬리의 연결 부위를 안정적인 구조로 유지해 준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엠보 리포트’ 19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SPATC1L 단백질이 결여된 수컷 생쥐는 모든 정자가 머리와 꼬리가 분리된 형태로 수정 능력을 잃고 완벽한 불임 상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DNA에서 특정 유전자만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로 생쥐를 SPATC1L 단백질이 결여되도록 만들어 관찰한 결과다. 논문 제1 저자인 김지혜 박사과정 연구원은 “SPATC1L 단백질이 정자 머리와 꼬리의 연결 부위에서 세포의 골격 역할을 하는 액틴 단백질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정자의 생식 기능을 결정짓는 정자 특이 단백질은 200∼300개에 이르지만 그 역할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남성 불임 원인 진단은 물론이고 새로운 피임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