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허지윤기자) 입력 : 2018.07.18 18:19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김희남(사진) 의과학과 교수가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기전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세균과 장내 유익균도 함께 죽인다. 이 때문에 고혈압, 당뇨,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만성질환에 취약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학계는 지난 10여 년 간 연구 끝에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만성질환의 중요한 근원이라는 사실은 밝혀냈으나 현상에 대한 기전은 밝혀내지 못했다.
김희남 교수는 연구원 이효정 박사와 함께 장내 미생물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이 항생제에 의해 초래된 불균형을 고착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이 항생제에 노출되면 생존을 위한 긴축반응(stringent response)을 일으키는데, 그 결과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들이 늘어나 장내 미생물 구성에 심각한 왜곡현상이 생길 수 있다.
또 항생제 내성 세균들은 대부분 돌연변이(mutation)를 보유하고 있고 항생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오래 유지되는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왜곡된 미생물 구성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팀이 규명한 장내 미생물 긴축반응을 통해 지금까지 미생물의 구성 변화에만 국한돼 있었던 관련 연구 분야를 넓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만성질환 간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 생리학적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희남 교수는 “우리는 현대 의학 발전에 큰 토대인 항생제가 역설적이게도 장내 유익균을 죽이고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동안 간과해 왔다”며 “기본적으로 항생제 남용을 막아야 할 것이며,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장내 미생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관련 분야 전문가를 직접 초청해 논문 투고를 받는 저명한 학술지 ‘트렌드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Trends in Microbiology)’에 ‘항생제 긴축 반응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상처(원제: Antibiotic Scars Left in the Gut Microbiota by Stringent Response)’라는 제목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원문: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8/20180718024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