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문세영 <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부센터장 >, 입력 2018-07-17 16:54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거론되는 블록체인을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국내외 움직임이 활발하다. 의료정보의 유통을 개인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개인의 유전체 정보 거래를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하려 하기도 한다. 이런 계획이 실현된다면 개인이 헬스케어 정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경제적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을 꿈꾸는 블록체인 기업들
국내 블록체인 기업인 엑스블록시스템즈는 지난해 9월 의료정보시스템 업체인 포씨게이트, LG유플러스와 함께 진단서와 의료내역서 등 의료증명서 발급 서비스의 검증에 들어갔다. 의료증명서는 서비스를 시행한 의료기관에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한 곳에서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또 다른 국내 업체인 메디블록은 의료정보가 의료기관에 분산돼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한다. 환자의 진료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는 진료기관이 관리한다. 일부 정보는 환자의 동의로 연구에 활용되기도 하고,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료기관과의 공동연구 형태로 이 정보에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생산하고 관리하는 의료정보의 소유권은 환자 개인에게 있다. 메디블록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개인을 중심으로 의료정보를 통합하려고 한다. 의료정보의 생산 또는 관리기관에 보상을 주면서 개인에게 민감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방식을 찾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MIT 미디어랩에서 탄생한 의료정보 관리 시스템 ‘메드렉’의 문제 의식은 메디블록과 비슷하다. 메드렉은 개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거치며 생산하는 의료정보의 통합을 추구한다. 특정 정보를 질의하고 이에 응답하는 의료기관에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 도출이 숙제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의약품이나 의료정보의 신뢰할 수 있는 유통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블록체인이 제안하는 기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공개된 블록체인 체제에서 관리하려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개선도 필요하다. 블록체인을 헬스케어에 적용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효율적인 의료정보의 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의료기관에 분산된 정보를 통합하는 일은 무척 매력적이다. 대규모의 가상 임상시험을 할 수도 있고, 암호화된 인증만 하면 보험료 청구가 자동으로 처리되는 편리한 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의료기관들이 충분한 보안시스템을 가지고 저장된 정보를 외부 블록체인망에 연계해 줘야 한다. 의료정보의 생산과 관리, 유통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이익도 합리적으로 배분돼야 한다. 의료정보를 블록체인에 연결하는 것에 대한 개인의 동의도 필요하다. 이 모든 사안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다면 가능한 일이다.
원문: http://news.hankyung.com/health/article?aid=201807178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