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이한듬기자) 입력 : 2018.06.12 06:13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의약품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LG화학
국내 화학업계가 바이오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기존의 사업만으로는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도유망한 바이오산업으로 디딤돌을 놓기 위해서다. 화학업체는 각 사가 보유한 케미칼 역량을 바이오산업에 접목해 시너지를 적극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산업 성장성에 주목
바이오산업은 유기체나 생물시스템을 활용하는 바이오기술을 다양한 산업군에 융합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2014년 3231억달러에서 2019년 4273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바이오산업은 크게 레드바이오, 그린바이오, 화이트바이오로 나뉜다. 레드바이오는 의료제약분야다.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백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화학기술을 응용한 합성 의약품의 R&D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의약품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2016년 19.9%에서 2021년 23.4%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린바이오는 흔히 개량종자나 유전자 변형 동식물을 의미하며 넓게는 건강기능식품, 식품·사료 첨가제 등을 포함한다. 현재 글로벌 그린바이오시장 규모는 전체 190조원으로 매년 8%가량 성장 중이다.
화이트바이오는 식물자원을 이용해 생분해되는 바이오플라스틱과 바이오에탄올 등의 바이오연료, 바이오폴리머, 수처리용 미생물 등을 이용한 산업이다. 홍정기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화이트바이오는 그간 바이오연료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경쟁 가열로 부가가치가 저하되고 원료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용이한 바이오플라스틱과 바이오케미칼 분야가 새롭게 주목받는다.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대표적인 기업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2016년 그린바이오 분야 1위인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계열사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면서 레드바이오 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레드바이오 분야에서는 올 들어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했다. LG화학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치료 성분 ‘에타너셉트’ 기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유셉트’의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유셉트는 LG화학의 첫 항체 바이오의약품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축성 척추관절염 ▲건선 등의 적응증에 사용할 수 있다. 이로써 LG화학은 외산 브랜드가 장악 중인 약 300억원 규모의 국내 에타너셉트 성분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에타너셉트 BS’라는 이름으로 일본 보험약가 등재를 완료하고 4000억원 규모의 일본 에타너셉트 성분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2년부터 일본의 모치다제약과 손잡고 일본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LG화학은 일본 파트너사의 강력한 영업력과 경제적인 약가를 바탕으로 빠르게 일본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화학기업, 바이오사업 확대
그린바이오 분야에서는 팜한농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물질 비선택성 제초제 원제 ‘테라도’를 함유한 ‘테라도플러스’를 올 초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잡초뿐만 아니라 방제하기 어려운 난방제잡초까지 빠짐없이 깨끗하게 방제하고 효과도 3주 이상 간다. LG화학은 앞으로 바이오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2025년 매출 5조원대의 사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수화학의 지난 4월 그린바이오 사업 조인트벤처 설립 계약 체결식 현장. /사진=이수화학 |
이수화학은 화학사의 틀을 벗고 바이오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방침이다. 희귀질환 치료제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자회사 이수앱지스를 통해 레드바이오사업을 진행해온 이수화학은 올 들어 그린바이오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 4월 중국 신장성에 대규모 스마트팜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현지 농업기업과 조인트벤처 설립 계약을 체결한 것.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수화학은 현지 농업기업과 협력해 중국에 스마트팜의 설계 및 시공부터 고품질 과채류의 생산·유통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구축, 중국 전역을 비롯한 중앙아시아를 타깃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수화학 류승호 대표이사는 “이수앱지스는 선진시장 진출 및 2종의 신약 임상 진입을 앞뒀고 이수화학의 스마트팜 신사업도 본격 추진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회사의 바이오 사업부문은 눈에 띄는 외형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OCI는 최근 새로운 미래 성장분야로 제약·바이오를 선정하고 제약사인 부광약품과 함께 제약·바이오사업 진출계획을 밝혔다. 다음달 중 양사가 50대50으로 참여한 합작투자사업(JV)을 설립하고 공동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유망벤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했다. 매년 100억원 이상을 공동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에 나선다.
농약사업과 시약사업을 영위하며 화학 기반의 유관 사업 경험을 축적한 OCI는 당뇨병 치료제, 위암과 전립선암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파이프라인 및 신약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부광약품과의 협업으로 제약·바이오 분야의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사업은 화학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관 사업으로 해당 분야의 역량을 보유한 화학업체들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며 “성장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앞으로 바이오사업을 확대하는 화학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4호(2018년 6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원문: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8060516188025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