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유전자 가위’… 유전병 치료 藥인가, 인간 조작의 毒인가
이영완 기자
입력 : 2015.03.28 03:03
돌연변이 유전자 잘라낸다
교정하려는 DNA에 맞춰 RNA 염기서열 붙이면 단백질 효소가 잘라내
유전병 치료의 성배(聖杯)인가, 유전자 차별 사회의 전조(前兆)인가. 전 세계 생명과학계가 인간의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DNA를 자르고 편집하는 기술을 두고 논란에 빠져들었다.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생식세포 DNA의 교정을 중단하자”고 발표했다. 연구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이다. 일주일 뒤 네이처와 세계 과학학술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사이언스’지에도 같은 주장을 담은 글이 실렸다. 여기에도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서명했다. 도대체 과학자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세균에서 찾아낸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는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영문 약자로, 세균에서 염기서열이 짧게 반복되는 DNA 조각을 뜻한다. 1980년대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이 그 존재를 찾아냈고, 2007년 유가공회사에 유산균을 공급하던 회사가 그 역할을 알아냈다. 바로 세균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유전자 백신이었다. 세균은 한번 감염됐던 바이러스의 정보를 자신의 DNA 조각에 저장한다. 다시 그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바로 이 DNA 조각이 달려가 결합한다. 이를 신호로 세균의 면역체계가 작동해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크리스퍼는 일종의 ‘바이러스 전과기록’인 셈이다.
2013년 초 서울대 김진수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 등 5개 그룹이 거의 동시에 크리스퍼의 작동 원리를 응용해 DNA를 자유자재로 잘라내고 새로운 DNA를 붙이는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
DNA는 지퍼처럼 두 가닥이 맞물려 있다. 먼저 잘라내고 싶은 DNA에 결합할 RNA를 만든다. 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복사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유전물질이다. 세균이 크리스퍼로 바이러스를 포착하듯 RNA는 잘라낼 DNA를 찾아 결합한다. 이제 DNA라는 지퍼가 풀리고 한쪽에 RNA라는 다른 지퍼가 결합된 모양새가 된다. RNA에는 ‘Cas9’라는 효소가 달라붙어 있다. 효소는 RNA와 DNA가 결합한 부분을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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