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복합신약 쌍두마차… 세계 시장이 먼저 약효 알아줘
한미약품의 글로벌 시장 도전
매년 매출액 15% 과감하게 R&D에 투자
20여건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 가동 중
2016년 이후 매년 1~2개 품목 선보일 예정
한미약품 해외허가팀의 청(莊) 오고든(32)씨는 홍콩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뉴질랜드 국적을 취득한 독특한 이력의 직원이다. 영어와 중국어는 모국어이고, 우리말도 수준급이다. 청씨는 “여러 국가에서 습득한 내 경험이 회사의 글로벌화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 ▲ 글로벌 시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미약품 직원들이 만국기를 배경으로 수출 쌍두마차 약품인 아모잘탄과 에소메졸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해외허가팀 청 오고든씨, 해외사업팀 이혜령씨.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이 개량신약과 복합신약 쌍두마차로 글로벌 시장을 내달리고 있다. 개량신약은 특허가 지난 신약을 단순히 복제하지 않고 약효나 복용법을 개선한 것으로 신약과 마찬가지로 특허로 보호받는다. 복합신약은 개량신약 중 두 가지 약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한미약품은 이달 초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이 국내 개량신약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잠정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약은 한 해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스웨덴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에서 일부 성분을 바꾼 것이다.
한미약품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소송에서 이기면 넥시움 시장을 특허가 만료되는 내년 5월까지 단독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넥시움 복제약은 특허가 끝나야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소메졸의 잠정 시판 허가는 승소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잠정 시판 허가가 한미약품과 아스트라제네카 간 특허 소송이 종료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 행정 절차이기 때문이다. 에소메졸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FDA의 검토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돼 시판을 허용한다는 의미라고 회사는 밝혔다.
한미약품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은 2009월 출시한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이다. 이 약은 약효 원리가 전혀 다른 두 가지 고혈압 치료제를 하나로 묶은 이른바 ‘복합 신약’이다. 출시 4년 만에 연 매출 600억원대를 기록해 단일제 중심이었던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을 복합제 중심으로 재편했다.
해외에서도 아모잘탄의 가치에 주목했다. 한미약품은 미국 머크사와 아모잘탄의 51개국 수출 계약을 맺었다. 머크사는 아모잘탄을 이루는 한쪽 고혈압 신약인 ‘코자’를 보유한 회사다. 먼저 신약을 개발한 회사가 복합제란 아이디어를 낸 후발 주자의 약을 역수입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특히 아모잘탄의 혈압 강화 효과와 안전성을 다룬 임상시험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잇따라 실리면서 국제적인 공신력도 더하고 있다.
아모잘탄 성공으로 다른 다국적 제약사도 한미약품과 잇따라 손을 잡았다. 회사는 지난해 3월엔 영국 GSK와 11월엔 프랑스 사노피와 복합신약 공동개발 제휴협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액의 15%인 1000억원에 육박하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일군 한미약품의 기술력에 세계가 눈뜨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개량신약과 복합신약으로 집약된 R&D 역량을 글로벌 신약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제1호 국산 신약 창출을 위해 미국, 유럽 등 해외 임상에 주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바이오신약과 차세대 표적항암제, 천연물신약, 복합신약 분야에서 20여건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은 2006년 자체 개발에 성공한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바탕에 둔다. 랩스커버리는 매일 주사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약효 지속 시간을 최대 월 1회까지 늘려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해 당뇨병 치료제, 인성장 호르몬,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C형간염 치료제 등의 임상시험을 미국, 유럽에서 실시하고 있다.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의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도 활발하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는 표적항암제,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바꾼 항암제 등을 개발 중이며, 미국의 연구개발 중심 회사 카이넥스와 공동으로 해외 임상을 추진 중이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신약을 2016년 이후부터 매년 1~2개 품목씩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한미약품 이관순 대표이사는 “글로벌화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제약강국 코리아를 선두에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