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개발 밑거름 될 수 있는 기초생명과학 연구에 계속 매진”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5-05-22 03:00:00 수정 2015-05-22 10:35:19
호암상 수상 김성훈 서울대 바이오제약학과 교수
올해 호암상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성훈 서울대 교수는 기초생명과학 연구자다. 그는 “기초 연구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암재단 제공
“199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를 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부터 20여 년간 이 효소는 저의 ‘동반자’가 됐죠.”
18일 경기 수원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김성훈 바이오제약학과 교수(57)를 만났다. 그는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의 새로운 기능을 최초로 밝힌 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호암상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리 몸은 DNA를 이용해 단백질을 합성한다. 이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공장’이 리보솜이다. 리보솜에서는 구슬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 듯 아미노산을 이어 단백질을 만든다. 이때 tRNA가 적당한 아미노산을 찍어서 리보솜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고, 이 때문에 tRNA는 운반RNA로도 불린다.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는 tRNA가 적당한 아미노산을 찍을 때 이 아미노산을 tRNA에 붙이는 역할을 한다.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는 50여 년 전에 발견된 데다 DNA가 단백질을 합성하는 중간 과정에 도움을 주는 등 효소의 기능까지 모두 밝혀진 터라 당시 연구자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 교수는 왠지 이 효소에게 끌렸다.
그는 “박사후연구원을 마칠 때가 된 학생들에게 MIT 교수들이 하는 말이 있다”면서 “‘너희들이 나와 학문적으로 붙어보려면 뭘 연구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라’며 단단히 겁을 준다”고 말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김 교수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선행 연구를 따라가는 ‘복제 연구’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떠오른 게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였다.
김 교수는 그간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가 암 생성과 세포 분화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또 합성효소의 한 종류인 라이신과 tRNA를 합성하는 효소(KRS)가 암 전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암 전이 억제 물질을 찾아냈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기초과학 연구가 치료제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1993년에는 이를 위해 제약 벤처인 ‘큐비스트’를 차리기도 했다. 현재 큐비스트는 동아ST가 개발한 항생제 ‘테디졸리드’의 미국 판매를 맡고 있다.
“테디졸리드가 나온 뒤 지도교수이자 큐비스트 공동 창업자인 폴 심멜 MIT 교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기초과학 연구가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우리의 신념이 맞았다며 뿌듯해 하더군요. 앞으로도 치료제 개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기초생명과학 연구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