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바이오新藥도 개발… 1000兆 시장 뚫겠다”

[2013 세상을 바꿀 CEO]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8兆매출 올린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첫 인가받아
세포배양 용량 14만L…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중 1위
“올해 매출 목표 5104억원, 유럽 승인 나면 1조도 가능”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
이스라엘 테바는 화학의약품 복제약 세계 1위 업체로 매출은 19조9000억원(2011년)에 달한다. 1980년대만 해도 매출 50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신약들이 잇따라 특허가 만료되자 기능이 거의 똑같은 약을 저렴하게 내놓으면서 일약 세계 12위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올해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로 ‘제2의 테바 신화’를 꿈꾸는 한국 기업이 있다. 셀트리온이다. 인천 송도 본사에서 만난 셀트리온 서정진(56) 회장은 “값싼 복제약이 나오면 더 많은 환자가 쓸 수 있어 시장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 ‘램시마’가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았어요. 올 상반기에는 유럽에서도 허가가 날 겁니다. 선진국 시장에서도 첫 사례죠.”
램시마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8조원의 매출을 올린 얀센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 복제약. 자기 세포까지 공격하는 과도한 면역반응을 막는 항체 치료제다. 같은 원리의 약까지 합하면 세계 시장 규모는 27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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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의약품은 치료단백질을 만드는 인체 유전자를 미생물이나 동물 세포에 넣고 배양해 만든다. 살아 있는 세포이다보니 유전자가 같아도 단백질이 똑같이 나오기 어렵다.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속속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셀트리온을 따라온 회사는 없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기 전 수년간에 걸쳐 준비를 해왔다. 다국적 제약사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대행(CMO)을 통해 세계적인 세포배양 기술을 인정받았던 것. 현재 세포배양 용량이 14만L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중 세계 1위다.
현재 레미케이드 등 9대 바이오 의약품이 180조원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몇년 내 특허가 만료된다. 미국, 유럽에서는 정부의 의료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제약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48% 늘어난 5104억원. 유럽 승인이 나면 내년에는 매출 1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2006년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장에서는 제품도 나오지 않았는데 전 세계 회사들과 사전 판매 계약만으로 매출을 부풀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의혹은 지난해 6월 유럽 류머티즘학회가 램시마 임상시험 결과를 인정하면서 사라졌다. “오리지널 제품이 처음 나올 때보다 지금 기술이 훨씬 좋아 약효를 더 좋게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허가를 받으려면 더도 덜도 말고 똑같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걸 우리만큼 잘할 수 있는 회사가 없습니다.”
서 회장은 “앞으로 매년 2개씩 총 8개의 바이오시밀러를 미국과 유럽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판매다. 오리지널 제품을 가진 회사도 가격 인하로 맞설 것이다. “그쪽은 해당 제품이 매출의 거의 절반이라 우리보다 가격 인하에 한계가 있을 겁니다. 가격 인하뿐 아니라 특허소송도 감안해 면밀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 회장은 삼성전기에 입사했다가 한국생산성본부로 옮겼다.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다가 김우중 대우 회장에게 발탁돼 34세에 최연소 임원이 됐다. “회사를 차린 것은 그룹 해체 후 취직할 데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왕이면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성공해야 아무도 넘보지 못할 세계 1위가 되겠다고 생각해 바이오를 택했습니다.”
다음 목표는 바이오 신약. 서 회장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항체, 화학의약품을 결합한 2중 치료 효과의 광견병, 독감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광견병은 중국에서 치사율 1위 질병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이 1000조원이나 되는데 국내에서는 신약 개발 시간과 경비가 엄청나다고 엄두를 못 냅니다.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건다는 마인드가 없는 게 문제지 미래 제품은 기술에서 뒤질 게 없어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인체 단백질을 이용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최근 시장은 인슐린, 성장호르몬 등 1세대 바이오시밀러에서 단백질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크기가 큰 항체 치료제 등 2세대 바이오시밀러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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