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홍완식 기자) 노출승인 2019.08.07
세계 최고 ‘타깃팩토리’ 구축 목표 9년간 연구 매진
원천기술 개발·다양한 분야 잇는 ‘연구 허브’ 역할
국내 기술 이전 로열티 작고 학문간 융합도 소극적
단기투자로는 우수한 성과 도출·글로벌 도약 한계
정부·학계·산업계 ‘연구 생태계’ 구축 힘 모아야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간의 건강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다. 이에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의학’은 미래 의료서비스로 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핵심 요소인 신약개발은 정체기를 겪고 있다. 기존 신약개발 플랫폼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연구결과가 상용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성훈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젼스 연구단장(61ㆍ서울대 교수)은 바이오산업의 기술 혁명을 선도하려면 새로운 방향 설정과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존 신약개발 과정에서 간과됐던 공학적 디바이스, 정보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접목돼야 기술 혁신이 이뤄진다고 확신한다. 바이오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타깃 팩토리를 구축해 난치병을 치료하겠다는 김성훈 단장. 각종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따내며 한국 바이오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 의약바이오컨버전스 연구단의 수장을 맡아 신약개발플랫폼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단이 하는 일은.
의약바이오컨버전스 연구단은 지난 2010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일환으로 출범해 신약개발 플랫폼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연구단은 신약개발 타깃 발굴에서 후보물질 도출까지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연계해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 확률 등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혁신 신약개발을 위한 ‘세계 최우수 연구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 신약타깃 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실시간 약물효능검증기술(IVIM Technology), 3차원 세포배양기술(MBD), 세포투과형 항체기술(Orum Therapeutics), 췌담도암 검증기술(Oncotag Diagnostics) 등을 관련 기술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연구단은 지난 9년간 논문 322건을 비롯해 특허 출원 326건, 특허 등록 96건, 기술이전 29건, 창업 6건의 성과를 올렸다. 앞으로도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이어주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겠다.
– 연구단의 기술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연구성과를 소개해 달라.
학술적인 측면에서 연구단 선정부터 연구방법까지 연구단의 전반적인 소개와 약물 표적과 물질을 빠르게 찾는 ‘타깃팩토리’ 내용이 지난해 9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IF 35.724)에 실렸다. 또 연구단은 단백질합성효소(ARS)들이 합성 외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ARS가 어떻게 신약개발에 활용될 수 있고, 약물개발 가능성에 대한 내용은 지난 5월 신약개발 최고 권위지 ‘네이처 리뷰 드러그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IF 57.00)에 게재됐다. 아울러 매년 셀-네이처-사이언스(CNS)급 논문을 평균 2편 이상 출간해 국제적인 연구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연구단은 우수한 혁신 신약 후보물질들을 도출해 (주)대웅제약, JW중외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국내 제약회사에서 연구단이 발굴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활발하게 스핀오프 창업도 추진해 (주)온코태그디아그노스틱(췌담도암 검증기술), (주)메타포어(엑소좀 분리기술), (주)오름테라퓨틱 (세포투과형 항체기술), 아이빔테크놀로지(주)(생체 현미경 기술), (주)에이바이오테크(콜라겐 생산 및 항체 제조) 등을 창업했고, 바이오분야의 우수인력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 최근 의료분야 스타트업에 3D 바이오프린터 기술을 이전했다. 3D 프린터와 바이오의 결합은 생소한데.
3D 바이오프린터 기술은 바이오 분야와 공학 분야가 융합돼 산출된 최첨단 융합형 기술이다. 이 기술은 3D 프린팅 기술의 응용 및 발전 분야로서 콜라겐과 같은 생체물질을 활용해 바이오잉크를 세포 및 다른 바이오 물질과 결합시켜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다. 기존 바이오프린터의 기능성을 크게 개선해 세포가 죽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은 바이오 기술과 공합 기술이 융합된 것으로 실제와 같은 기능을 갖는 생체기관 및 조직을 제작할 수 있어 완성된 제품이 나오면 기존 3D 바이오프린터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상용화되는 제품의 완성까지 이뤄질 경우 융합기술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는 어떠한가.
저명한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에 의해 유명해진 단어인 ‘통섭’, 즉 학문 간 학제간 통합이 이제는 바이오산업의 대세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바이오산업은 이제 단순 실험실 생물학 연구에만 집중하지 않고 타 학문 분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AI 분야 및 빅데이터, 스마트폰을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이다.
연구단 또한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해당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
– 국내 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은.
국내 바이오산업은 아직 글로벌 기준으로 비춰보면 규모 면이나 질적으로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특히, 규모가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미약해 좋은 타깃 및 물질들이 발굴돼 산업계로 이전돼도 로열티 규모 등이 매우 작다. 또한, 아직은 학문 간 융합을 통한 결과물 산출에도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에서도 세계적인 트렌드에 따라 타 분야와의 융합을 적극 추진해 보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바이오산업의 혁신방안은.
바이오산업 분야는 그 특성상 단기투자로는 우수한 성과를 도출할 수 없다. 당장 산업화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연구 주제 및 아이템에 투자하는 근시안적인 시야로는 큰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 멀리 바라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학계, 산업계, 투자사가 함께 할 수 있는 연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하는 한편, 관련 부처들이 힘을 모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R&D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의 건강이 더욱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바이오산업은 핵심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생명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 과학과 접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의약바이오컨버전스 연구단의 미래 비전과 목표는.
연구단은 지난 9년간 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의 ‘타깃 팩토리’를 슬로건으로 혁신적인 신약개발 플랫폼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제 연구단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기초연구, 산업계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한다.
지난해 4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연구단을 방문했을 때에도 이러한 부분을 적극 강조했다. 연구단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초연구에서 산업화까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기술공급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와 함께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한 암과 주요 난치성 질환을 중심으로 새로운 치료제 영역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주요질환으로 연구영역을 확대시켜 나가겠다.
홍완식기자
김성훈 연구단장은…
1958년 7월10일 서울 출생
現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前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부 부교수
2003년 이달의 과학자상(과학재단) 및 한국과학상(과기부)
2006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자상(과기부)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상(학술원)
2015년 호암상(호암재단)
2015년 제8회 기술사업부 유공자 장관표창(산업부)
2018년 보건의날 근정포장(보건복지부)
원문: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4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