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사이언스=전승민기자) 2018년 08월 07일 17:49
아토피, 천식, 건선, 비염, 크론병 등은 모두 신체가 자기 몸의 조직을 외부 위험물질로 인식해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대부분 선천적이며 난치성인데다,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험한 경우도 있다. 증세를 조절할 방법은 다수 개발되고 있지만 자가면역질환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의학계의 중대 연구과제 중 하나다.
이런 자가면역질환을 조절해 도리어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성균관대 의학과 이기영 교수팀은 선천면역 신호에 의한 자가 소화작용 조절이 암세포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학술적으로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암 치료 및 염증성 질환 제어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로 여겨진다.
면역질환 이용해 암치료 하는 길 열렸다 -GIB 제공
세포가 자기 스스로 구성성분을 제거하고, 거기서 에너지를 얻어 항상성을 유지하는 ‘자가소화작용’은 자가면역반응과 관계가 매우 크며, 이에 관한 기존 연구는 많았다. 그러나 자가면역반응과 자가소화작용 조절이 암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이들 자가면역반응에 대한 기전연구를 진행하고, 나아가 자가 소화작용이 암 질환의 질환과정 분석 및 제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세포내 항산화 단백질인 ‘퍼록시리독신1 (Peroxiredoxin1)’이 ‘트래프6 (TRAF6)’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선천면역신호’와 자가소화작용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퍼록시리독신1을 통한 조절기능이 자가 소화작용에 의한 암 형성 과정과, 다른 세포로 암세포가 침입하는 과정에 기여한다는 사실 역시 밝혀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조절기능을 이용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응용하는 한편, 암세포의 자가소화를 유도하는 신개념 암치료제 역시 개발 가능할 것으로 보고, 후속연구를 시작했다. 이기영 교수는 “자가 소화작용 활성화 기전은 향후 암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암질환 및 선천면역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오토파지(Autophagy)’ 7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