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DNA에 담는다, 전세계 데이터를 페트병 하나에 쏙

(조선비즈=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8.07.10 03:06 | 수정 : 2018.07.10 10:19

[오늘의 세상]
35세 한국인 과학자가 세운 업체
내년 세계 첫 저장 서비스 상용화

한국인 과학자가 설립한 미국 보스턴의 스타트업(신생 벤처) ‘카탈로그 테크놀로지’가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상용 DNA 데이터 저장 서비스를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에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연구를 해왔지만, 상용 서비스 계획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탈로그 공동 창업자인 한국인 과학자 박현준(35)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1g의 DNA에 1테라바이트(약 1조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1기가바이트 용량의 고화질 영화 1000편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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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카탈로그 테크놀로지의 공동 창업자인 박현준 대표. 카탈로그는 내년부터 DNA 정보 저장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인디바이오

DNA가 디지털 정보의 홍수를 해결해줄 궁극의 저장 매체로 부상하고 있다. 카탈로그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정보기술) 대기업과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 정부 기관들도 DNA 데이터 저장 연구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부터 자사의 데이터 센터에서 DNA 정보 저장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생명체 수준의 집적도를 갖추면 DNA 1㎏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1L짜리 페트병을 채우는 DNA로 전 세계 IT 기업들이 저장하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디지털 정보를 DNA 염기서열로 변환

박 대표는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박테리아의 DNA를 원하는 목적에 맞춰 바꾸는 합성 생물학 연구를 하다가 2016년 카탈로그를 창업했다. 사무실은 하버드대 안에 있다. 박 대표는 합성 생물학 기법을 디지털 정보 저장에 활용했다.

DNA는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이라는 네 가지 염기가 마치 목걸이의 구슬처럼 연결된 형태다. 생명체는 DNA의 염기 순서에 맞춰 모든 생명 활동을 관장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 DNA 정보 저장은 간단히 말해 0과 1로 된 디지털 정보를 염기서열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테면 00은 A, 01은 G로 대치한다. 마지막은 변환된 염기서열 정보에 따라 실제로 염기를 연결해 인공 DNA를 합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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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정보 밀도가 월등한 것은 크기가 워낙 작기 때문이다. DNA는 3.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길이에 10개 정도의 염기가 들어 있다. 반면 최신 10나노미터급 메모리 반도체는 10나노미터 선폭에 숫자 0과 1 중 하나만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DNA는 사슬들이 꼬여 밀집되면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정보 출력은 생명과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인공 DNA의 염기 순서를 해독하고 이를 디지털 정보로 바꾸면 된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의 조지 처치 교수는 이 방법으로 1878년 인류가 만든 최초의 동영상인 ‘달리는 말’을 박테리아 DNA에 저장했다가 완벽하게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를 담은 인공 DNA는 유기물이지만 기존 디지털 저장 매체보다 안정성도 높다. 냉장 보관하면 수백~수천 년 동안 원형이 유지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알프스 만년설에 갇혀 있던 5000년 전 사람의 DNA도 복원했다. 반면 자기테이프는 수명이 10년에 그친다.

◇거대 과학·정부 기록 보관에 활용

문제는 비용이다. 현재는 음악 3곡 분량의 12메가바이트짜리 파일을 인공DNA로 만드는 데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가 든다.

하지만 박현준 카탈로그 대표는 “내년 상용화하는 DNA 서비스는 염기 합성 비용을 10만분의 1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디지털 정보에 따라 염기를 일일이 하나씩 가져와 붙였지만, 카탈로그는 염기들이 수십 개 연결된 조각들을 미리 만들어뒀다가 조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카탈로그는 단어에 맞는 활자들을 미리 만들어 두고 책을 인쇄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하태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단장은 “DNA 저장의 단점은 늦은 해독 속도”라면서 “상시적으로 정보를 불러오는 용도보다는 과학 연구나 정부 기록처럼 방대한 자료를 아주 오랫동안 보관하는 곳부터 먼저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0/20180710002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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