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퇴치 과학자 열정 `52시간`으로 막을수 있나

(매일경제=김윤진기자) 입력 : 2018.06.25 17:31:27 수정 : 2018.06.26 14:14:10

■ 올턴 수석 부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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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가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된 대표약인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프로젝트에 매달린 과학자가 만든 결과물이었다. 질병 퇴치를 위한 연구개발(R&D) 열정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그레그 올턴 국제경영 부문 수석 부사장(사진)은 지난주 말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길리어드의 성공 비결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R&D”라며 “1996년 타미플루를 개발한 재미 한국계 과학자 김정은 박사는 프로젝트에 매달려 세상에 없던 신약을 내놨다”고 말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회사 경영전략과 대정부관계·정책 등을 총괄하는 올턴 수석 부사장은 “한국의 법정근로 주 40시간(연장근로 시 52시간)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R&D 위주 바이오제약 업계 현실과는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턴 부사장은 “연구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40~52시간 안에 업무를 끝내는 게 가능할지는 모른다”면서도 “과학자들은 예술가와 같아 때로는 프로젝트에 몰두하느라 미쳐 있기도 하고 집에서도 연구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어떻게 칼같이 자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올턴 부사장은 “암, 파킨슨병, 치매 등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과학자들의 열정을 근무시간이라는 잣대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15년 전부터 한국을 오가며 바이오제약 산업 성장을 지켜봤다는 올턴 부사장은 “현재 한국 상황은 막 혁신의 풍토가 시작되던 20년 전 미국 바이오벤처 태동기 때와 유사하다”며 “아직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블록버스터 벤처나 신약은 없지만 후보군이 많기 때문에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벤처캐피털(VC) 등 모험자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턴 부사장은 “길리어드의 업무 절대량은 많지만 불필요한 프레젠테이션(PT)이나 보고서 작성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절차를 과감히 없애 임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수 인재를 놓치지 않으려면 `워라밸` 보장이 중요하고 임원들부터 가급적 저녁식사는 집에 가서 하는 식으로 솔선수범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길리어드의 전 세계 임직원 수는 1만명이 채 안 돼 노바티스·바이엘(11만명) 화이자(7만명) 등의 10분의 1 수준이고 업무 강도도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회계 투명성`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길리어드는 매년 3조~4조원에 달하는 R&D 비용을 100% 무형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올턴 부사장은 “개발비를 무조건 비용으로 처리할 필요는 없지만 규제기관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관리감독 잣대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며 “일관성이 있어야 회사 입장에서도 기업공개(IPO) 등 자본 조달을 염두에 두고 회계처리 기준을 준수할 유인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바이오 기업 가치를 매길 때 장부를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길리어드는 대규모 에이즈 예방사업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추진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길리어드의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트루바다`에 대해 에이즈 치료뿐 아니라 예방 목적으로도 판매를 허가한 바 있다.

올턴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가 줄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신규 감염 환자가 매년 1000명씩 발생하고 그 수가 연간 10%씩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화학박사 3명이 설립한 바이오벤처로 출발한 길리어드는 타미플루를 비롯해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 `하보니` 등 24개 혁신 신약을 개발했다. 설립 후 30년 만에 지난해 매출 34조원, 시가총액 약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10대 제약사로 성장했다. 지난 2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길리어드 신약 하나가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익을 창출한다”며 길리어드를 국내 제약사 롤모델로 지목했을 정도로 바이오 업계의 대표 `성공신화`로 꼽힌다.

원문: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40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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