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뉴스=최은택기자) 승인 2018.06.19 06:18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잔치 아닌 잔치가 열렸다. 물론 마음 속의 잔치다.
제약바이오의약품협회가 아니라 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미리 알고 환영 논평을 낸 건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어쨌든 이번 잔치는 국내 의약품 규제의 국제 신인도를 높이는 중요한 증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적지 않다.
식약처는 18일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식약처가 선출됐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1990년 설립된 ICH는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의약품 규제분야 국제협의체다.
한국은 2016년 ICH 정회원으로 가입해 의약품 규제 방향과 수준 등을 결정하는 데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면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할까.
식약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총회 등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는데, 앞으로는 의약품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주제선정, 중장기 계획 수립, 예산기획과 집행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기관 뿐 아니라 국내제약산업의 국제 신인도가 한층 높아져 국내 의약품의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좀 더 쉽게 접근하면 이렇다. 히트뉴스는 김상봉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으로부터 이번 위원 선출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김 과장은 쉬운 말로 “회사나 협회로 치면 평사원이나 평회원이 이사회 위원이 된 것과 같다”고 했다. ICH는 사무국과 코디네이터, 관리위원회, MedDRA 및 MedDRA 관리위원회, ICH 전문가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이중 관리위원회가 이사회에 해당하고, 한국이 미국 등 9개 국가와 함께 이 이사회 관리위원회 위원이 됐다는 것이다.
곧바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의약품 규제 국제신인도 제고다. 식약처를 포함해 정부 부처는 그동안 국내 제약산업의 해외진출을 모색하면서 직접적 지원보다는 신인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도 같은 맥락이었다.
가령 식약처는 최근 스위스와 상호인증 MOU를 체결했는데, 이번 관리위원회 위원 선출은 이런 국제 MOU 등에 간접적 지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데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만큼 지위에 맞게 역할을 하려면 일이 적지 않다.
김 과장은 “어렵게 얻은 지위를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발언권을 키우기 위해서는 의제개발과 충분한 검토 등 정책적인 뒤받침이 앞으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국제 규제 이사국으로서 한국정부와 식약처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적 여건은 마련돼 있을까. 안타깝지만 아직 거기까지 고려되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김 과장은 “중요도에 대한 인식을 따지기에 앞서 많은 정책현안들이 시급을 다퉈 (ICH 등에) 전담인력을 배분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결국 어렵게 얻은 이사회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게 버거울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국제규제 조화는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식약처의 국제 신인도 제고 전략이 한편으로는 국내 제약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ICH 관리위원회 위원 선출, 한국의 식약처, 그리고 국내 제약기업은 또 어떤 걸 준비하면서 글로벌 진출 채비를 해야 할까.
흥미로운 건 식약처 발표 직후 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환영 논평을 바로 냈다는 점이다. 반면 제약바이오의약협회는 움직임이 더디다.
김 과장은 “다소 의외적인 상황일 수 있겠다. 다만 글로벌기업의 한국지사 입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게 한국지사의 지위를 동시에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이지 않을까 추측된다”고 했다.
원문: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