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사이언스=윤신영기자) 2018년 06월 05일 09:10
미국 연구팀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 받는 ‘면역항암제’를 이용해 말기 유방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니콜라오스 자하라키스 미국국립암연구소 외과학분과 연구원팀은 면역항암제를 이용해 49세의 전이 유방암 말기 환자를 치료해 예후를 크게 개선하고, 그 결과를 ‘네이처 메디슨’ 4일자에 발표했다.
면역항암제는 인체가 가진 면역세포의 능력을 높여 암세포를 찾아 없애도록 해 암을 극복하는 항암제다. 기존의 화학 요법(1세대)과, 항체를 이용하는 표적치료(2세대)의 뒤를 이을 ‘3세대 항암제’로 꼽히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면역관문억제제’라는 약으로,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암세포 특유의 능력을 저해시켜 암세포의 생존률을 낮춘다. 면역세포가 경찰이라고 비유하면, 암세포는 경찰차의 타이어에 송곳으로 바람을 빼는 능력이 있다. 이 암세포의 송곳에 뚜껑을 씌우거나, 경찰차 타이어에 보호 장비를 입혀 경찰의 검거 능력을 높이는 게 면역관문억제제다.
또다른 방식의 면역항암제는 체내의 면역세포를 직접 강화해 암세포를 더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경찰에게 적외선 탐지기를 쥐어주는 식이다. 면역세포를 꺼내 암세포를 찾는 ‘안테나’ 분자를 갖게 유전자를 수정한 뒤 다시 환자의 몸 속에 넣는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요법이 대표적이다.
이들 면역항암제는 주로 흑색종이나 흡연에 의한 폐암 등 암세포 사이에 DNA 변이가 많은 암에 특히 효과가 좋았다. 반대로 유방암과 난소암, 소화기계 암처럼 변이가 적은 암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자하라키스 연구원팀은 유방암 환자에게 면역세포 강화 방식을 이용하는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종양침윤T세포(TIL)’ 요법을 사용했다. 종양침윤T세포는 암세포만 찾아가는 면역세포로, 암환자의 종양을 분리한 뒤 면역 활성 물질(인터루킨-2, IL-2)을 넣고 키우면 ‘활성화된’ 종양침윤T세포를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활성화된 세포를 체내에 넣어 암세포와 싸우게 했다. 여기에 면역관문억제제를 병행해 사용했다.
그 결과 환자는 6주 뒤 종양덩어리가 51% 줄어들었고, 22주 뒤에는 방사선 진단으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라졌다. 연구팀은 자하라키스 연구원은 논문에서 “유방암 환자들을 치료할 새로운 면역항암요법이 등장했다”며 “좀 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