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윤필호 기자) “바이오산업 열풍은 유행이 아니고 올 것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바이오 연구는 실제 실력에 비해 저평가 상태입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바이오 강국으로 전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성훈 서울대학교 의약바이오컨버전스 연구단장은 지난달 30일 ‘2018 바이콘테크’가 열린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전망을 밝혔다. 그는 “국내 과학계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메이저 논문과 디스커버리(Discovery)를 리딩한 것이 10년 넘어간다”면서 “학계와 산업의 웨이브(Wave) 주기는 10년 정도 차이가 있는데, 최근 학계 연구 성과가 응용분야로 이어지면서 산업에서 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약바이오컨버전스는 지난 2010년 정부의 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일환으로 시작했다. 단순 기초연구와 달리 제품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임했고 실제 산업분야로 이어지는 실적 창출 효과를 극대화했다. 처음에는 자유로운 연구에 익숙했던 연구원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되고 성과가 가시화되는 과정을 거치자 흥미를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고 김 단장은 소개했다.
그는 연구결과가 실제 산업에서 실적으로 이어지도록 공을 들였다. 역점 사업도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 개발을 위해 새로운 타겟 발굴에 두고 있다. 김 단장은 “창업이나 라이센스 계약 등 방식으로 기술을 이전한다”며 “개발자나 전문경영인이 창업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아 상용화한다”고 설명했다. 라이센스 계약이 창업보다 간편하고 정부의 평가도 높지만 과제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 협력이 가능한 창업을 선호한다. 지분 참여 등의 방식으로 꾸준히 개발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개발한 항섬유화치료제는 임상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JW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연구한 신규폐혈증진단기술도 임상에 들어간다.
연구 성과가 꾸준히 신뢰를 쌓으면서 창업과 투자 의뢰가 늘어났다. 김 단장은 “애로사항이 있을 경우 40여명의 연구원이 소위 AS까지 해준다”며 “라이센스 계약의 경우에는 기업이 의심할 경우 ‘다시 바이백하겠다’고 했고 실제 사례도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노바티스나 파이자 등 해외 유명 제약사에게 어떻게 성공했냐고 물어보면 ‘제품이 쓰레기통 세 번쯤 들어갔다 나온 것’이라고 답한다”면서 신약개발이 끊임없이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는 지리한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국내 바이오업계의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포텐셜은 굉장히 높다”면서 “20년 전 바이오산업 초기에는 선언적인 내용이었지만 지금은 실력을 바탕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 구조나 역량도 바이오산업 발전에 필연성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바이오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바이오는 호흡이 긴데 투자자가 너무 단기적 이익에 매달릴 경우 잘 안 맞을 수 있다”면서 “현재 회사가 개발 등을 선언하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그들의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살피는 등 스스로 분석하는 노력을 통해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필호 (noth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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