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 한장이면 3D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순식간에 변신
연구개발 사업 우수 사례들
동아일보 입력2014.05.28 03:08 수정2014.05.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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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증명사진 한 장만 있으면 누구나 3차원(3D)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될 수 있습니다.”
27일 경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대형 연구개발사업 성과 기업 매칭 데이’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성과는 안상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장팀이 개발한 3차원 얼굴 모델링 및 애니메이션 기술이다. 사진 속에서 얼굴의 윤곽선을 찾아내 3D 얼굴을 만들고 이 얼굴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금까지 3D 캐릭터를 만들려면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찍은 뒤 여러 명의 전문가가 오랫동안 그래픽 작업을 해야 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진에서 바로 살아 움직이는 3D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제로 이 기술은 최근 영화 콘텐츠 제작업체에 기술 이전돼 3D 영화 제작에 적용될 예정이다. 안 센터장은 “이 기술이 2000억 달러(약 204조 원) 규모에 이르는 3D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꿈의 소재’ 그래핀을 이용해 배기가스 중의 이산화탄소를 잡아낼 수 있는 분리막도 사업화 우수 사례로 꼽힌다.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KCRC)의 박호범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팀은 기존 분리막보다 이산화탄소 분리 성능이 1000배 넘게 뛰어나면서도 값은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분리막 신소재를 개발했다. 탄소 원자로 이뤄진 얇은 막인 그래핀이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을 분리한다는 사실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다. 37조 원 규모의 세계 분리막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 기술은 현재 상용화를 위해 벤처 창업을 앞두고 있다.
‘질량분석 의료기술 융합연구단’의 지원 속에 민간에서 개발한 자궁경부암 진단제 ‘파필로타이퍼’도 눈길을 끈다. 이 진단제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밝혀진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다양한 유전형을 질량분석 기법으로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진단제보다 더 많은 종류의 유전형을 검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경쟁력이 높다. 이 제품은 출시 첫해인 지난해 2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향후 5, 6년은 전년 대비 2, 3배가량 폭발적으로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HPV 진단 시장 규모가 500억 원으로 이 진단제는 적어도 국내 시장의 20%(약 100억 원)는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과 치매 등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 장비도 주목을 받았다. 지대윤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이끈 ‘양전자 단층촬영(PET) 방사성의약품 융합연구단’은 PET 영상에 필요한 시약을 자동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기술 일부를 기업에 이전하고 자체 설립한 회사를 통해 제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새롭게 기업과 손을 맞잡은 연구개발 사업들도 사업화 전망이 밝다. 김성훈 서울대 약대 교수가 이끄는 ‘의약 바이오 컨버전스 연구단’은 폐암과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 제약회사와 협력 협약을 맺었다. 폐암과 췌장암은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연구단이 발굴한 항암제 후보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할 경우 수조 원에 이르는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지원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가 단장을 맡은 ‘차세대 바이오매스 연구단’은 바다 식물인 미세조류에서 항공기 연료를 개발하기 위해 산학연 기관들과 공동 연구를 하기로 했다. 이 밖에 폐콘크리트에서 탄산칼슘을 만드는 기술, 심혈관 질환에 효과적인 고도불포화지방산(EPA) 생산 기술 등도 기업들의 관심을 받아 사업화 전망을 밝게 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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