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연구자로써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나와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생명공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분자유전학 및 생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생명과학 박사 후 과정을 밟았습니다. 좀 더 상세히 말씀 드리자면, 고등학교 때에 막연하게 생명과학을 연구 해보고 싶은 생각을 줄곧 해왔었던 터라 약대와 생물학과가 모두 자연계열대학에 포함되어있었던 서울대에 입학하였습니다.
막연하게 약학대학을 가서 공부를 해보니 의대처럼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깊이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좀 더 순수 기초 학문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또한, 제가 약학대학에 입학 했을 때에는 인간의 유전체와 약학의 연관성에 관한 교육이 없이 화합물 기반의 약학에 대해서 주로 배웠습니다. 이때 저는 다가오는 21세기에는 화합물보다는 유전자를 활용한 의약학이 새롭게 중요해 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유일하게 유전공학에 대해 가르쳐주는 교실이 있는 KAIST로 가서 석사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울대에서 KAIST로 가면 서울대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문화였고, 교수님들의 inbreeding을 막기 위해 KAIST 졸업생은 KAIST로도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KAIST로의 진학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 목표가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었고, 제가 궁금해하는 길을 커리어 플랜(Career Development Plan)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세상의 문화는 결국 바뀔 것이라는 생각으로 KAIST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KAIST의 생명공학과에서 기초연구를 배우다 보니 좀더 생물학과 의학이 접목된 환경에서 배우고 싶어서 기초생명과학과 의학이 한 division에 있는 브라운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본격적으로 분자유전학과 생화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브라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에도 내가 찾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기초학문을 잘 이해해서 사람 치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MIT 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을 당시에도 사람의 질병이나 약의 개발과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순수 기초 연구를 했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귀국해서는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6~7년 정도 근무하다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ARS네트워크사업단장으로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현 창의적연구사업) 과제를 수행하였고, 2010년부터는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을 맡아 향후 9년간 세계적 원천기술 및 연구그룹 확보를 위한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의약바이오컨버전스 기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2. 지금 단장으로 계신 의약바이오 컨버젼스 연구단의 구성 및 연구사업 내용 등을 간략히 소개해 주십시오
Q3. 교수님께서는 현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소속되어 계시고, 사업단 명칭에도 컨버젼스란 단어가 있어 융합 연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추구하시는 융합연구의 구체적인 추진방향은 무엇인지요?
신약 개발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생명현상 자체에 대한 지식이 아직 부족한 상태라는 부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약 개발이 단계별로 진행되는 직선형 과정이다 보니 초기에 생긴 작은 오차가 뒤로 갈수록 축적이 되어 마지막 단계에서 결국 실패를 야기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초기에 생긴 작은 오차를 교정하지 않고 진행함으로써 수십억 수백억 연구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들을 많이 목격하면서 초기 연구 때 임상의, 산업, 대학의 연구자들이 같이 모여서 연구개시점 부터 가능한 시행착오를 미리 예측하고 줄여나가는 통합적 연구 시스템과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한가지 목적을 위해 같이 일하는 융합형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연구의 패러다임과 기술 두 가지 측면에서 융합형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패러다임 측면에서는 기존의 선형과정이었던 신약 개발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동그랗게 연결시켜 순환형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타겟을 개발하면 반드시 병원에 찾아가서 관련된 임상의들에게 임상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지, 가능한 부작용들에 대해 먼저 컨설팅을 받고 같이 팀을 이루어 중계 연구를 합니다. 동시에 기업을 찾아가 연구개발에 대한 산업적인 미충족 요구가 있는지 확인 받은 후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합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 동안 바이오 연구에 적극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나노기술, 미세유체기술, 칩이나 비드를 활용하는 기술 등 첨단 공학적 기법들을 많이 융합시켜 연구 효율을 높이는 융합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사업단에서는 vertical integration, horizontal convergence라고 하는데, 연구의 패러다임과 기술, 수직적, 수평적인 연구를 모두 하나로 모아서 서로 상호작용 하도록 하는 것이 융합연구의 전략입니다.
새로운 학문의 도입을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으며, 저도 하나하나 새로 배울 때 마다 너무 어려워서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제 전공인 분자생물학, 생화학 분야에 남아있으면 좋겠지만, 뭔가 새로운 발견과 기술적 혁신을 하려면 다른 분야의 연구를 도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생명자체가 너무 복잡한데, 나는 분자생물학자라고 그 수준의 현상만 본다면, 전체 중에서 일부만 보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시스템이 복잡하기 때문에 system biology를 할 수 밖에 없고,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informatics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전자가 생체에서 어떤 일을 실제로 하는지를 보기 위해서 마우스유전학을 배워야 했고 임상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병리학을 도입해야 했습니다. 신뢰성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분야를 계속 도입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세포생물학도 한국에 와서 처음 했고, 마우스제네틱스도 한국에 와서 처음 적용해서 저도 놀랍게도 네이쳐제네틱스에 논문을 냈으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연구는 PhD 시절 했었던 분야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무슨 전공의 과학자인지는 별로 의미가 없고, 굳이 말을 하자면 실용적 의생명과학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활용한다는 것이죠. 이 목적에서 내가 어떤 전공자인가는 별로 의미가 없더군요. 새로운 것을 하나씩 할 때마다,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있고, 평생 그 영역을 배운 전문가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그것을 하겠다는 것이 말이 안되고 교만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막상 하면 된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너무 내 영역이 아니라고 시작하는 것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5. 현재 대형 사업단을 운영하고 계신데요. 사업단 운영의 측면에서 타 사업단과의 차별화된 전략 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또한 특별히 대형 사업단의 운영에 따르는 고충이 있으시지요?
우리 사업단의 차별화는 명확합니다. 바로 통합적 (Integrative) 연구입니다. 우리는 개별적으로 하는 연구는 권장하지 않으며, 하나의 큰 주제를 같이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에 흥미를 가진 분들이 함께 모여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고충으로는 기관의 특성이 다른 여러 곳에 속해있는 분들이 같이 힘을 합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같은 팀워크를 구축하는 면에 있어 각자 소속기관의 관점과 이익이 있어 협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Q6. 교수님께서 우리나라 의생명 연구 분야의 리더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수님의 활동 내용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Q7. 사업단의 연구전략 중에서 유전체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이며, 구체적인 유전체 연구의 방향은 어떻게 진행 또는 계획하고 계신지요?
우리나라의 유전체 연구가 인프라나 규모의 경쟁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디스커버리의 단계의 경쟁으로는 글로벌로 나가 세계 최고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유전체 연구를 한정된 연구분야에 집중하여 깊이 있는 유전체, 단백체, 세포체, 그리고 동물과 임상체까지를 아우르는 통합적 유전체 연구를 통해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과 연구 집단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Q8. 사업단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신약개발이 있을 것입니다. 신약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사업단에서 추진하는 전략은 무엇인지요?
Q9. 유전체 사업이나 신약 개발 사업 등은 특성상 국가 주도의 대형 사업의 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주도 대형연구사업의 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Q10. 끝으로, 유전체학회 회원 및 후학 연구자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 드립니다.